코끼리
작은 코끼리 큰 코끼리 거대 코끼리
앉은뱅이 장님 절뚝거리는 장님 날아다니는 장님
유감스럽게도 가장 작은 코끼리마저도 모든 장님을 한 덩어리로 모은 것 보다 크다.
그런데 진짜 유감스러운 것은 그것 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섬뜩한 꿈
저번주에 감기몸살로 종일 앓아눕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는데 18시간씩이나 잠들었다 깨는 동안에 아주 끔찍한 꿈을 꾸었다. 전남친이 우리집 변기에서 사체로 발견이 되는 꿈이었다. 사실 변기가 엄청 컸기 때문에 절반 사이즈의 욕조인 것도 같았지만 (그리고 주변이나 집 구조도 실제 내가 사는 곳과 전혀 달랐지만) 원래 그 위치에 있는건 변기였으므로 무엇 안에 들어있었는지 딱히 눈여겨 보지는 않았다. 사실 디테일하게 과정과 소리와 형태와 색깔들 하나하나가 전부 기억이 나지만 너무 끔찍한 관계로 생략.
2주 전쯤에는 프로이트의 의자라는, 모든 비유와 예시가 부적절하기 짝이없는데다가 참기 힘들만큼 촌스러운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의 어느 대목에서 마음 속을 불에 데인듯 뜨끔하고, '그럼 난 왜?'하고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한 부분이 있었다. '꿈은 꾸는 사람이 감당 가능한 선에서 무의식을 추상적으로 드러낸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감당 가능한
감당 가능한
감당 가능한
꿈을 손으로 당장 그려낼 수도 있을만큼 디테일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거지같은 재주가 있는 내게 감당 가능한 선이란게 거기까지란 말인가요. 해도 너무 하네. 어차피 정신분석학이란 이론에 대해서 수치화할 데이터란게 거의 없을만한 복잡한 학문이므로 '감당 가능한'이라는 표현을 쓸 이론적 근거가 없을 게 분명하다고 믿을 테다. 그래야 기분이 좀 낫다.
쳇.
함정
의식젹인 경우와 무의식적인 경우, 그리고 정도와 형태의 차이가 있을 뿐, 살아오면서 새디즘적인 성향을 가지지 않은 인간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러니까 나는 요즘 누군가의 다소 고의섞인 새디즘에 괴롭힘 당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이렇게 나오는데, 좀 아닌 것 같아요. 저 좀 화내도 돼요?
- 안돼. 안돼안돼안돼! 그러지마!!
분노는 그때그때 조금씩 방출해줘야 나중에 폭발하지 않는 법인데, 아무도 허락 안해주고 있다.
자세한 얘기는 일기쓰기 덜 귀찮을 때.
독후감
독후감은 도무지 못쓰겠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나고, 할 말도 많아서 그것들을 전부 다 기록한다면 A4 열장 분량의 독후감은 나올 것 같은데, 정작 다 읽고 나면 흥미가 급 떨어져 새로 읽는 책에만 관심을 쏟고, 그러는 사이에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 까먹는다.
아니 말하고 보니 별 시덥잖은 소릴 굳이, 굳이, 굳이 다하고 있네.
까먹기 싫으면 그때그때 쓰면 될 것 아니냐. 이 게으른 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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