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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20140602 모처럼 기분좋음, 담, 소문, 아사히

 

모처럼 기분 좋음

 

집에 오는 동안 순수함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이 퇴폐적일 수는 없단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다. 그리고 순수함이란 것은 표피보다 훨씬 안쪽의 본질에 가까이 있는 것들을 의식하는 의식을 뜻하는 것 같다. 요즘은 당최 모듯것들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호해서 아무것도 주관의 색안경을 끼고 판단할 수가 없다. 무언가를 내 기준에 판단한다 한들 결국 그게 과연, 내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나와 직접적으로 하등 상관도 없는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재단하고 판단한다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시간 낭비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됐어. 뭐든 알아서 될대로 되게. 그게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한 세상의 모습인 거니까.

 

세상에 절대적인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시도때도 없이 의식한다는 게 이렇게 피곤한 일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나는 3월 한달동안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하듯 몰아세우지 않고 좀 더 편한 상태로 놔두었을지고 모른다.(굳이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워낙에 지랄맞다보니 확신은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들은 힘을 잃지 않고, 부는 바람 사이로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붕 뜨는 건 절망적이고 우울한 감정들과는 사뭇 달랐다. 혼돈과 기대 없음과 모순에 대한 스트레스를 놓지 못한 채로 절망감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이상한 상태, 이상한 기분을 나보다 먼저 느껴본 누군가가 있다면 물어보고 싶어 죽겠다.

 

- 대체 이 기분은 무슨 뜻인 거냐고.

 

어쨋거나 나는 또 하나의 터널의 끝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 같다.
전보다 더 빠르고 전보다 덜 흔들리면서. 누군가의 있고 없음과 무관하게 필연적으로 지나쳐야할 인생의 단계같다. 꼭.

오히려 그 단계가 그 시기와 하필 겹쳐버리는 통에 누군가를 잃고 말았다는 생각이다.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나약하다는 컴플렉스, 큰 긴장이나 흥분이 동반하는 종류의 유혹에 너무도 잘 끌리는 내 천성, 그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다른 사람들보다 강해져야 한다는 비참할 정도의 강박증같은 오래된 고질병들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게 맞나보다.

 

오늘이 처음인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때때로 들기 시작한 이런 기분이 찾아오는 날이면 보편성과 타협의 자세가 다소 결여된 나는 아무래도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최적화된 사람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생각도 사라진다.
어느 친구의 말대로 '치이고 뜯기고 겪지 않아도 될 일들에 멍청하게 부딪쳐대면서' 먼길 느리게 돌아오긴 했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나 스스로를 위해서만큼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쨋거나 시간의 무한성이 이런 기분을 오래 지속시켜주진 않을테고 모처럼의 기회이니만큼 가능한 지금, 롸잇나우, 실컷 나르시즘에 빠져서 즐길테다.

 

세상, 러브앤피스죠.

오늘은 나한테 맥주 한캔 사줘야지♡

 

 

 

 

 

담 걸렸네.

두시간 전 퇴근하면서 '저 담 걸려서 내일 한의원 좀 들렀다 올게요.'하고 안국쪽 디렉터 분에게 말했드니, '뭐?! 암이라고?!!!'

 

...아니요. 담이요. 담. 목뼈 부러지것어요. 3일째.

 

그런데 농담이 아니라 하루 종일 가만히 있어도 계속 아파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는데 왠지 겉으로 티가 안나서 꾀병처럼 보인 것 같기도 하다. 늘 그래와서 괜히 도둑이 제발저리듯 신경쓰인다. 아플때 아픈 티를 어떻게 내면 되는 건가요. 도저히 모르겠네.

 

 

 

 

소문

 

소문이란게 한두단계 건너다 보면 어처구니 없게 불어 터지기 마련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는데 지금 내가 몸담은 프로젝트가 대체 업계에서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일인 걸로 소문이 났는지 여러 사람들이 걱정해주고 있다.

 

- 아니 뭐... 고마와요... 고맙긴 한데 그정도 아닌걸;;

피곤할 정도로 빈틈없어야 하는 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장난 아니라던데?'라는, 많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그 말이 맞기는 하다. 그런데 뭐랄까. 사람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스트레스를 느끼는 부분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이 프로젝트 굉장히 편하게 임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유난스럽게 긴장 상태도 몰아가는 성격의 일임은 틀림없지만 묘하게 내가 스트레스 받는 포인트와 어긋나 있어서 아직까지는.

 

이렇게 생각하는 속내를 말할까 하다가 말았다. 그냥 계속 걱정과 관심 받을테다.

 

 

 

 

아사히

 

아사히 아사히~♬

흠. 뭐. 왜.

 

왠지 아사히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어서 습관적으로 마셨는데, 암흑기(5월 초까지) 동안 거지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D로 만족하며 보낸 세월이 어언 두달. 드디어 다시 아사히로 돌아왔다. 눙무리. 흑흑.

 

어쨋든 아사히 만세. 디오니소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