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우리 집(실제 우리집과는 전혀 다른)에는 열대여섯명의 손님이 있었고 그 중에는 사촌도 친구들도... 전부 지인이었는데 딱 한명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어디서 데려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정황상 내가 데려온 것이다.
곧 집으로 도착한 남친이 손님들 사이에서 그 남자를 보며 누구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는데... 라고 얼버무리고 지나갔다.
그러자 남친은 창백하게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바깥의 잔디밭에는 천막이 있었는데 남친이 그곳으로 나를 부르길래 갔더니 그의 친구도 한명이 있었다. 능글맞은 웃음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변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남친이 손에 든 무언가를 내게 주었고 그것을 받으려 손을 대자 화약같은게 터지면서 내 검지, 중지 손가락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둘다 웃었다. 남친은 경멸스러워하는 표정이었고 그 친구는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는데, 갈증의 츠마부키 사토시가 오다기리죠를 쏴죽이면서 '자살ㅋ'하고 웃었을 때같은 미소를 내내 띄고 있었다. 어떤 감정이던간에, 어느쪽이든 가학적이긴 마찬가지였다. 그 직후 천막 입구에 인기척이 있었고 앉아있던 친구는 'ㅇㅇ가 오네. 난 가볼게'하고 능글맞게 웃으며 나갔다. 아제부터 재미있겠네, 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가 나가면서 들어온 새로운 인물도 남친의 친구였는데, 술이 꽤 취한데다가 눈빛이 맛이 가있었다. 그가 턱과 눈짓으로 한번 가리킨 후 남친을 쳐다보았고 , 남친은 끄덕거렸다. 그가 천막 안으로 천천히 걸어오는데, 나는 강간당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살해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 안으로 도망을 쳤는데, 그 때까지 그 상황을 차갑게 비웃으면서 구경하던 남친이 급히 나를 쫓아왔다. 마당에 있던 사람들이 이를 말렸다. 제지당한 채로 '나오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광기에 휩싸여 소리를 질러댔다. 그 타이밍에 차 한대가 마당으로 들어왔는데, 차 안에는 여섯 일곱명의 사람들이 낑겨 탄 채 몹시도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천막안으로 들어왔던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간 살인이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잠에서 깼다.
일요일
여섯명 정도 친구들이 있었고 그중 한명은 빈지노 였다. 친목 동호회같은 분위기였는데, 빈지노랑 농담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으며 놀다가 그가 사라졌다. 아 역시 번호를 물어볼걸, 싶어서 밖으로 나가자 친구들 중 두세명이 밖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빈지노는 없어진 상태였다.
바로 옆건물이 엄청 고압적인 인상을 주는 빌딩이었는데, 그곳에서 아는 얼굴들이 몇 보였다.
'너 여기서 뭐해'하고 물으니 '퇴근해'란다. 그 건물은 삼성전자 건물이란다. 물론 실제와 전혀 다르게 생긴...
친구들과 삼성전자 건물로 들어가 건물 내부 잔디밭에 서있자니, 과테말라 국적의 서글서글하게 인상 좋은 흑인이 무슨 공연을 한다고 팔찌 형태의 티켓을 주었다. 그러다 뭔가를 놓고 왔는지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려서, 그의 가방과 티켓을 내가 가지고 있었다.
잔디밭 저편에서 8~10명 가량의 백인 바이어들이 갑자기 두패로 갈라서 말싸움을 하다가 돌연 격해지더니, 몸싸움으로 번졌다. 청바지를 입은 한 여자가, 반대편 여자 머리채를 잡아 엄청난 힘과 속도로 벽에 쳐서 안면과 뚝배기를 깨고 저쪽에서는 한 남자가 상대편의 대머리 남자를 의자같은 걸로 내리쳐서 대머리가 피투성이가 되고 손가락 몇개가 바깥으로 꺾이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짐승들의 싸움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레슬링 같기도...
흑인의 가방을 든 채로 다른 곳으로 피하다가, 아차, 가방은 돌려줘야 하는데' 싶었는데,티켓에 뭔가를 끄적거리던게 생각나 자세히 보니 햄드폰 번호였다. 티켓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가방 안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하는 수 없이 일단 그대로 도망치려는데, 꿈이기 때문에 들 수 있는 알수없는 직감이, 그 가방 돌려주지 않으면 흑인이 널 죽일 거다, 라는 직감이 들어버렸다.
오늘은 살해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삼성전자 친구에게 그룹웨어로 그 흑인의 메일 주소든 뭐든 찾아내서 이 상황 좀 전달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친구가 '우리 회사 아닌데? 조회 안돼'라고 대답했다.
가방을 든채 망연자실해 하다가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