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예전 회사의 친구와 동생을 만나려고 오랫만에 이태원에 갔다.
회사 다닐 당시에도 셋이 많이 친했었는데, 사적인 얘기를 서로 공유함은 물론이고, 일적으로도 굉장히 잘 맞았던 친구들이었다.
친구는 추진력이나 상황 판단, 대처가 빠른 편이라 전체적인 디렉션을 잘 잡고, 한살 어린 동생은 꼼꼼하고 똑똑했어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서로 강점을 살리고 취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았다.
그런데 그곳은 정말 끊임없어 바보같은 사건들이 터지는 곳이어서 사람들마저 맞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그런 순간들마다 우리중에는 추진력이 있다는 친구가 총대를 매고 우리의 밥그릇(?)을 지켜주곤 했었는데 이번에 생긴 어떤 일로 인해서 두 사람 다 회사를 그만두려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 욕을 한바가지 하다가 나온 얘기가 '사업체 낸다?'하는 친구의 농담이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신기하게도 셋다 그런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았던지 더 진지한 얘기가 되어버렸다.(보통, 온갖 개드립이 난무하는 대화를 한다)
뭐, 말이야 쉽지만.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만날떄마다 '셋이 일할때가 좋았는데'라는 얘기를 자주 할만큼 손발이 잘 맞는 친구들이라 정말 그렇게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게다가 최근에 그런 컨설팅만 전문으로 하신다는 기획업체들 몇 곳의 기획서들을 보고,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하고 경악한 이후부터는(그중에는 국제적으로 이름있다는 컨설팅 업체의 기획서도 있었다) 부쩍 그런 생각이 자주 들기도 하고. 해서 친구한테 물었다.
- 언제 사업체 내게? 내도 같이하자.ㅋㅋ
- 글쎄. 3년은 회사 더 다녀야 하지 않을까? 요즘 PM일 빡세게 하고 있어. 일 들어올 데를 만들어 놔야지.
-그렇고만. 하기는 예전엔 내부에서 문서작업만 했으니까.
-그래서!! 회사 이름을 정했어!!
-뭔데?
-스토리보드 팩토리!!
-햐. 이름이 겁나 직관적이네.(이때쯤 괜히 물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지? 괜찮지?
-...평생 스토리보드만 쓰시게?
-안돼?
어. 안돼.
안돼고 말고.
그 사업 접읍시다.
사요나라.
...한편 한살 어린 동생은.
-넌 저 스토리보드 팩토리 어떻게 생각하냐?
-몰라. 난 나중에 일 때려치우고 플로리스트 될거야. 재밌더라고.
...이건 또 무슨 뜬금포인지.
그그그그러셔요?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716 진중권 (0) | 2014.07.17 |
---|---|
20140713 대가, 예감, 변심 (0) | 2014.07.14 |
20140709 믿음 (0) | 2014.07.10 |
20140706 군주론 (8) | 2014.07.07 |
20140703 전화 (0) | 2014.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