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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20140607 제목없음

 

 

 

 

제목없음

 

점점 하나부터 열까지 알 수가 없게 되고 있다.

관념적인 단어의 의미라던가, 옳고 그름의 기준같은 것들이.

 

사전에 제대로 등재되어있는 그 단어의 뜻을 아무리 읽어본들 내게 적용될 때 가지치기하듯 뻗어나가는 그 이상의 의미를 더이상 파악할 수가 없고, 또 그 단어가 내게 던져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팩트가 주는 공포감때문에 결국 뒤죽박죽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나는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서 얼마든지 비난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기준의 합리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된 이후로 '정말 그러하다'는 판단을 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내 잘못이란게 지극히 경미한 정도로, 거의 따지는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결백하지 않고서야 단 몇 프로라도 스스로 뜨끔해 할만한 실수가 눈에 밟히는 경우에는 감히 누구를 비난할 수가 없게 되었다. 꽤나 피곤한데다 상황에 따라 상처입게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 잘못에 대해 '겨우 이정돈데,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라며 스스로의 잘못을 간과하고 무시하고, 그래서 자신을 속이는 짓만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그런데 여기서도 간과해서는 안되는게, 솔직함은 정의감 따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이다)

 

바로 그런점에서 결국 얻을 수 있는건 사실 자기만족 하나 뿐이었다. 정신승리.

 

그런 식으로 여전히 박살이 나고 있다. 스스로의 결백에 대한 강박이 타인을 되려 편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은 실로 유감이지만, 심지어 거기에 대해서도 내가 가식적인 이타심을 내보이고 싶은 의도가 아니라는 건 누군가가 눈치채주었으면 싶다. 결백은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한거지,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결코 아님을. 내 솔직함은 철저히 나를 위한 이기적인 방식임을. 세상 모두를 기만하고 속이고 배신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나 자신만큼은 배신하지 않겠다는 그런 이기적인 약속임을. 결국 그 둘이 뗄레야 뗄 수 없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나를 위해 상대에게도 솔직한 것 뿐이지, 타인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님을.

 

언젠가는 그런 식으로 타인도 스스로에게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뱉어지는 말들을 통해 유치하고 무의미한 말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명분을 찾는게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상대에 대한 내 개인적인 호불호와 그에 따른 이타심의 작용일 뿐이지, 더는 그런 류의 거짓섞인 말다툼에서 져주고 싶지가 않다.

 

많이 다쳐본 사람이 어떻게 상처줘야 하는지 잘 아는 건 당연하다.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날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