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처음부터 내 개인적인 호불호와 의지에 따라 행위를 결정할 자격이 전혀 없거나, 어느 정도의 제한이 전제되지 않는 한 대체로 많은 부분에 있어서 스스로 결정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결정해버린 일들에 대해 항상 '참 멍첬했어'라고 툴툴거리기는 해도 정말로 깊이 후회하는 일도 사실 거의 없었다. 물론 그랬어야 하기도 했고.
이런게 누군들 기분이 좋겠냐마는 타인의 변덕에 따라 내 처우가 결정나버리는 것은 굉장히 불쾌한 일인데, 문제는 그 '타인의 변덕에 따라 내 처우가 결정나는 것'이 가능하도록 그렇게 '결정'해버린 것이 또 나라는 점이다.
나는 '네가 그렇게 하기로 한거잖아.'라는 말을 언제든 던질 여지를 미리 준비해두고 습관적으로 휘두르는 비겁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다. 그렇지만 치졸함에 대해 감정적인 호소로(그 감정, 억울한 감정이 꽤나 보편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더라도)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배신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나는 처음부터 내게 결정권이 없음을 암묵적으로 동의했고, 그에 따른 심적 손해에 대해서는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감당해 내면 그만이다. 한가지 바라는 점이라면, 이런 무식한 고집이 조금쯤은 상대에게 수치심을 안겨주었으면, 아니 수치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상황을 다르게 보고 치사한 태도를 바꾸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을 뿐인데, 그 정도의 눈치를 가진 상대라면 애초에 치사하게 행동하지도 않았겠지.
...라고 쓰고보니 가장 마지막 말은 사실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생각이 미친 부분인데, 이런 당연한 것을 여태껏 멍청하게 간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고집의 의미를 알 정도의 그다지 높을 필요도 없는 수준의 양심과 눈치를 가진 상대라면 애초에 치사하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
만약 이 감정적이고 악의섞인 지금의 헛소리가 사실이라면 결국 난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한 셈이겠지 뭐.
그렇지 않기 바란다. 내가 틀렸기를 바란다.
가치
삶은 살 가치가 별로 없는 것이라는 얘기에 대해서 사실 동의한다.
그러나 삶을 정당화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없다면 마찬가지로 굳이 그것을 끝내야, 죽어야 할 가치 역시 없다는 것이 함정.
그러고보면 '부정적'과 '긍정적'이라는 말 자체에는 이런 수식이 비밀스럽게 숨어있는 것 같다.
(삶에 대해)부정적
(삶에 대해)긍정적
아니면 말고.
배고프다.
게으른 자의 최후
하하. 연휴 내내 빡세게 놀면서 아껴둔 일을 마지막 날 밤에 몰아서 하려니까 행복해 미치겠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차라리 울면서 할 일이 있어서 다행이다.
다른 나머지 하나의 이유로 울면서 밤새 못잘 바에야.
장애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원치않는 화제의 대화가 길어지는 것을 참기가 힘들다못해 지쳐서 완전히 입을 다물어버리는 걸 보면 내 커뮤니케이션에 장애가 있는 게 확실한 것 같다. 이기주의자다.
그런데 다른 화제들에 대해서는 내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데 축구고 야구고.. 하여간 공놀이 얘기는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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