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밀란 쿤데라의 초기작으로, 두번째로 읽은 밀란 쿤데라 작품이다.
몇년 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앞 몇페이지 읽다가 팽개쳐두고는 얼마전에야 다시 읽고 나서는 완전히 반한 상태라, 정말로 이 작가를 믿고 봐도 돼나, 하고 기대 반 의심 반으로 확인하기 위해 읽은 책인데, 다 읽고 나서는 밀란 쿤데라 전집을 싹다 사버리고 싶을 정도.
(사줘!)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개념을 극단까지 끌고 가 우연과 필연(운명)을, 신과 똥을 대립시켰다 교차시켰던 것처럼 여기에도 비슷한 코드가 있었다. 허세를 가득 담아 썸녀에게 보낸 시니컬한 엽서 한장으로 나락까지 떨어지는 루드비크라는 인물의 처지는 제목 그대로 농담...이라기 보다는 거의 블랙코미디에 가까운데, 계속 이런 상황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별로 안좋은 시기였기 때문인지, 가벼운 실수에 패가망신하고, 원할수록 멀어지고, 노력하면 실패하는 이 루드비크의 억울한 인생에 꽤나 감정이입이 되어버려서, 정확히는 한번쯤은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때문에 덮을 때까지 마음이 불편했던 책. 그래서 그런가, 마지막에 이 인물이 과거를 용서한건지, 과거와 화해한건지, 아니면 타협한건지 잘 기억이 안난다.
또 하나는, 초기작이라 그런건지, 내 기억력이 거지같은 건지 모르겠지만, 긴장과 갈등의 해소를 위해 야로슬라프라는 인물을 약간 어거지로 중간에 끼워 넣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꼭 이 인물 혼자만 극중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되지 못하고 겉도는 듯이 느껴졌다.
어쨋거나 꼴랑 두 작품 읽었지만, 처음에 얘기한 '코드'라는게 회의주의적인 색채가 있다는 말이었는데, 바로 그 점 떄문에 매력적이다. 절대 과하지 않고 균형감있게, 그리고 식자 특유의 잘난척도 없이 담백하게 서술하는데 '이게 바로 상대성이다. 이 어리석은 중생들아.' 하고 강요하거나 윽박지르는게 아니라 끈기있고 참을성 있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보편적인 정답이 존재하거나, 서로 극과 극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관념들에 대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건가, 싶다.
그러고보면 올해 초쯤 깨달은 중요한 문제중 하나, '극과 극은 종이 앞뒷면 같다'는 생각을 여전히 자주 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한 이것의 개념을 그림으로 그리자면, 직선이 아닌 원형이라서 이쪽 극과 저쪽 극이 결국 맞닿아 본질적으로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하지만 종이 앞뒷면은 서로 마주볼 수 없으니 멀게 느껴지는 거겠고.)... 그런 얘기와도 연결고리가 있었다.
아직까지 내가 갖는 감상은 좀 막연한데, 몇권 더 읽어봐야 알겠다.
알아도 언어장애라 이게 표현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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