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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지난 말들 - 2011년 12월

 

 

 

 

12월 3일

한번씩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뭐든 망가뜨리고 싶은 파괴욕구를 주체하지 못했다. - --- 그 틈을 보았다. 감정 조절에 서툰 내가 쿨한척 스스로를 포장하는 모습을.

----다는 것을 알았던 날, 나는 아무 짓도 하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그가 나를 '생각대로 안 되면 떼쓰고 화내는 어린애'로 보고 내게 질려버릴 것 같아서... 빨리 그 사람에게 맞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 손과 발과 입을 막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주체하기 힘든 분노를 '슬픔'이라는 형태로 바꾸는데 온 정신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런 식으로 쥐어짜듯 만들어 낸 거짓 감정에 스스로 속아, 나는 내가 몹시도 마음이 너그럽고, 배려심 깊은 피해자가 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얻는... 그런 상황극에 빠져 있었나보다.

그래서 변했나? 잘했나?

아니.
이 사람, 저 사람 열심히 만나는 나를 보고 누군가 며칠 전 '요즘 왜 그래, 발정기야?ㅋㅋㅋ' 하고 웃었다. 나는 - -  개소리를 하면서 나를 합리화시켰다. 하지만 사실은, 그에게서 받은 상처, 거기서 오는 풀 길이 없는 분노를, 타인을 농락하고 상처입하고 배신함으로서 조금쯤 해소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결국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분노가 더욱 지독한 형태로 나타나고 말았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 그게 사실이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내가 ------ --- 먹으면 먹을 수록 허기를 느끼는 걸귀가 된 것 같다.

혹시 -----

 

 

 

12월 6일_1

고대 그리스에 비극 문학이 발전한 이유는

타인의 불행을 보며 공포와 연민을 느끼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행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12월 6일_2

느닷없이 끌려간 회식에서 체하고 꽐라가 된 나에게, 새벽 네시에 전화해서 '왜 답문이 없냐'고 십오분을 땡깡부린 후에, '날 안 좋아하냐'하고 물어보면 제 점수는요?

 

 

 

12월 7일_1

다 잃었다고 생각될 때에도 꼭 무언가는 남아 있는데, 되려 그게 더 찝찝했지. 미련이 남으면서도 그게 내게 딱히 중요하지 않은 거야. 그렇다고 더 잃는 것 또한 치가 떨리게 싫고.
그래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지. 내가 스스로의 결정권을 박탈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편해졌어.
하지만 모두가 같으란 법은 없어.

 

 

12월 7일_2

지금까지 음악이 전부였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제일 사랑한건 너였어.
...라고 지금 하는 이름모를 드라마에 남주인공이 대사를 치는데 괜히 설레네. 
...라고 쓰고 있는데 그 남주 총맞고 벌집 되서 죽었어.
:( 
뭐야.

 

 

 

12월 10일

별 이유없이 슬픈 날.

해가 가면 갈 수록 감수성이 풍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감정에 부스터가 걸리는 느낌이랄까. 너무 크게 느껴져서 때때로 감당이 안 될때가 있다.

그런 위기감을 느꼈을 때, 노래를 끊었다. 어떤 곡을 듣고 울거나 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심란해지는 순간들이 점점 잦아졌다. 그런 점에서 가요는 참 편하고 쉽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질 않았으니.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오늘은 따뜻한 것들이 그립다.
내 시선에 들어오는 순간 이미 차가움으로 한겹 덮여버리는 세상은, 늘 그렇듯 안정적이지 못하고 끊임없는 자극을 요구하면서 위태위태하게 유지되어 간다.
그런 것들이 너무 익숙해서 평소에는 자각조차 못하지만, 가끔 이렇게 밸런스가 무너지는 날 깨닫는다.
차가운 모든 것들이, 공기처럼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끔찍하도록 무섭게 느껴진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바보같다고 욕해도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휴식처럼 따뜻한 웃음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립다.

 

 

 

12월 13일_1
생각보다 사람들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날씨가 얼마나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지...
난 겨울에 태어났고 겨울을 사랑하지만, 추운게 싫다. 여건만 되면 겨울동안 남반구로 떠나있고 싶다. 끝나지 않는 여름안에서 무뎌지도록.
적어도 전부 다 잊혀져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 때까지는...

 

 

12월 13일_2

때때로 사람은 타인의 스케일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으면서 나보단 경험이 없겠지. 나보다 찌질하겠지. 하고 무의식중에 한 수 아래로 본다.
물론 나도 어렸을 때 내가제일잘나가병에 걸려서 존니 나대다가 개쪽을 두세번 당하고 겸손을 되찾긴 했는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우리 모두의 천성인 탓에 여전히 그러한 행동을 반복하곤 한다.

...반성해야지.

 

 

 

12월 15일
내일 저녁은 누구랑 놀지? 생각하면서 짜파게티를 끓이고 있는데 기념일 알람이 울렸다.
친구의 기일을 알리는 알람.

미안해.

 

 

12월 17일_1

쿨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안 좋아한다는 증거이기도 하지.

 

 

12월 17일_2

특수한 상황에서의 공감대는 관계를 특별하게 만든다.

(중략)

하지만 그 기약없는 '조만간'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어버렸다.

회사 생활에 데일대로 데인 사회부적응자. 그게 작년 겨울의 내 모습이었다. 회사의 '회'자만 나와도 파블로프의 개마냥 욕부터 나오던 일상을 보내던 중, 믿기 힘든 문자 한통을 받았던 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작년, 하고 이틀전. 나는, 내가 가장 자유롭고 행복했던 때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을 잃었다.
내 나쁜 기억력으로 언제 조각조각 흩어지고 망각될지 모르는 추억을, 그리고 그 아이를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12월 21일_1

전자든 후자든 어쨋든간에 우리는 엄청나게 물고 물어뜯기는 싸움을 할 것 같다. 그럼 싸움 후기는 이틀 후에.

 

 

 

12월 21일_2

나 자신만은 잃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 --- 내 세계 자체와 동일시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합친 것보다도 컸을만큼. 그것도 미친거라면 충분히 미친건데, 심지어 그 상황을, 그 심각성을 자각조차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끝난날 꼭 이런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백일몽을 앓다가 깨어난 것 같은...

그리고 나서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 실오라기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 완벽하게. 세계가. 박살이났다.

---

애증때문에 옳고 그름이 제대로 판단이 안된다.

 

 

12월 24일
성탄절이라 하지말고 교배절이라고 해보시지.

 

 

12월 30일_1
2년전 이맘때까지는.

 

(중략)


아이러니 하게도 그 날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났던 이유는 믿음을 배신당해서가 아니라 '사람은 다 똑같지만 내 사람은 다르다'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대체로 사람을 믿지 않았으니 배신당했다며 미워할 이유역시 없었다.

 

(중략)

 

그게 벌써 이렇게 2년을 넘겨가고 있다.
왜, 굳이 따지자면 피해자인 내가 괜찮다는데 항상 너희들은 괜찮지 못한걸까? 죄책감에 불편해 할만큼 착하게 행동했던 적도 없는데...

 

 

12월 30일_2

화가 나서 하지 못한 말들은 넘쳐날만큼 많아서 나 조차도 그때 그때 감정에 따라 겨우 꺼낼 수 있지, 전부 기억이 안난다. --- ------- --- 열마디 백마디 말을 한다 한들 모든 것을 설명해 내기가 힘들다. 당시에는 이야기들을 풀어 내는 일만으로도 일주일동안 하루 이십사시간이 모자랐으니.

오늘 드는 생각은 이렇다.
어쨋든 나는 너무 가치있는 것을 배웠다.

---- --- --- - -- ----- 그런 값진 경험을 하게 해주어서 고맙다. 누군가는 평생을 살아도 경험하지 못할 그것을 알려주어서...
물론 이것은 배신감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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