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단어.
이 폴더를 만든 것은 말 그대로 중요한 단어들을 수집하기 위함이고
이 단어들의 객관적인 정의를 알고 싶다면 사전을 찾아보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든 이유가 몇가지 있다.
게다가 오는 이도 아마 단 두명 뿐인 블로그에 폴더에 대한 설명까지 굳이 붙여야 하는 이유도.
명백하게 있다.
이유 하나.
나는 단어 뜻을 잘 모른다.
그리고 게을러서 모르는 단어를 바로바로 찾아보지 않는다.
가령 '리비도'라는 단어는 몇년째 손톱밑에 박힌 가시처럼 생각할때마다 거슬리는 단어인게 이게 어렴풋하게 성적 충동, 본능 이런것들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느낌은 받고 있지만 이 단어를 어떤 때에 어떻게 적절하게 써야하는지, 그리고 어느 글에서 이 단어를 발견했을 때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해서 별로 자신이 없다. 최근에 바뀐 독서 취향이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한데, 더 이상은 이전처럼 모호하게 '아마도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겠지. 아니면 말고'라고 이해하는 수준으로 만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유 둘.
모든 단어들은 '그래야만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 이유가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곳에 썼듯이 예를 들자면 부러움과 질투와 시기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공통 분모가 크다는 점은 확실하나 이 세 단어가 정확히 같은 의미라면 굳이 3개로 흩어져 존재할 필요가 없다. 저 세 단어는 비교적 누구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법한 쉬운 단어이기는 하나 책을 읽다보면, 가벼운 동시에 진지한, 그렇지만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더럽게 무거운 곳으로 넘어가다보면 더는 각각의 다른 개성을 하나로 치부할 수 없게 된다.
첫번째 이유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게을러서 이것들을 바로바로 찾아보지 않고 대체로 잊어버리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어려운 문장 구조나 단어를 좀 더 내가 이해해먹기 쉽게 치환하는 습관이 있다.
...에 기인한.
어떤 친구가 자주 쓰는 표현이었다.
이 표현을 쓴 글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나는 멍청하게도 정확히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까지는 몰랐기 때문에 이것을 이런 식으로 치환한다. '...에 근거한' 혹은 '...에 근거 기반을 둔' 아니면 '...에서 비롯된' 이라고. 그러면 확실히 아. 이거구나, 하고 어렴풋이 맥락을 이해하기는 한다. 그런데 섣불리 저 표현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혼동한다. '...에 기인한'이라는 표현을 나처럼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해하고는 이렇게 쓴다.
...에서 기인한.
이게 문법적으로 맞는지 틀린지는 (역시 나는 게으르므로) 모르겠다. 왜냐면 사전적인 의미로는 '어떠한 것에 원인을 두다'이기 때문에 '...에 원인을 두다' -> '...에 기인하다'라고 표현하는게 맞다고 보기는 하나 아쉽게도 네이버 사전의 예문은 좀 다르다. 그렇지만 꽤나 언어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고 판단되는 글들에서 '...에서'라고 쓰는 경우는 거의 본적이 없다. 어쨋거나 저 단어는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타인이 말하는 바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를 원하므로.
이유 셋.
단어들에게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달라졌다. 내가 어떤 인상-사전적인 의미와 조금 다른-을 가지고 있는 특정 단어들이 알면 알수록 거대하게 다가온다. 처음에 그 단어가 표상하는 것이 하나였다가 둘이었다가 다섯으로... 그런식으로 점점 많아지는 과정에서 이것들을 감당하기에는 내 기억력은 턱없이 성능이 저질이고 다른 개념들과 이리저리 얽히는 연관성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절대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지 않을 일관성까지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기록해 두지 않을 수 없고, 기왕이면 이것을 공유해서 여기서 파생되는 다른 의미와 역사와 쓰임새, 그리고 이면의 이면을 더 알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이미 첫번째 이유가 두번째 이유도, 세번째 이유도 전부다 포괄하고 있네. 구구절절하게 이렇게까지 길게 변명을 해두었으니까 그래서 그 단어들을 어떻게 말할지 심플하게 얘기하자면.
사전적인 의미는 알아서 사전이나 백과사전을 참고하면 되겠고... 누구나 다 아는 쉬운 단어지만 그것에 대한 감상이 각별하거나 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나는 그 단어에서 발견한게 뭐고, 그것이 내게 주는 의미가 뭐고, 무엇과 관련지어서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스토리를 참고했고,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파생되는지. 그런 것들을 말하고 또 그에 대한 의견들을 듣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내 멍청함이 많이 드러날 것 같은데, 그럴 때는 이게 아니다 라는 조언을 꼭!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