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ES - Un Jardin sur le Nil
Un Jardin sur le Nil
by Jean Claude Ellena
출시 2005
타입 eau de toilette
계열 Fruity Green Woody
Top note 당근, 그레이프프루트, 토마토, 그린망고
Middle note 오렌지, 피오니, 부들, 히아신스, 연꽃
Base note 랍다넘, 시나몬, 아이릿, 머스크, 인센스
에르메스 '운 자르뎅(정원) 시리즈' 중 하나인 자르뎅 수르닐이고 '나일강의 정원'이라는 꽤나 로맨틱한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정원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네가지로
지중해 - 에르메스 운 자르뎅 메디테라네(2003)
나일강 -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2005)
인도 - 에르메스 운 자르뎅 아프레 라 무쏭(2008)
지붕위의 가든 -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뜨와(2011)
이렇게 각각 컨셉이 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이중 아마도 메디테라네였던 것 같은데 시향 때 강한 멜론 향이 났기 때문에, 이 시리즈는 별로 모으고 싶지 않다. (멜론 향이 싫다) 아프레 라 무쏭은 오래 되었다고 잘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큰 감흥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냥 이것, 나일강의 정원 하나로 만족하고 있다.
프루티 그린 우디 계열이라곤 하나 이 '운 자르뎅'이라는 테마답게 그린 향취가 주를 이룬다. 처음 뿌리고 나면 자몽 향이 먼저 상쾌하게 퍼지고 다소 비중이 적은 듯 한 나머지 탑노트들이 적절히 어우러지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허허. 왠지 건강해 질 것 같은 냄새가 난다. 당근과 토마토의 미세한 느끼함(?)이 시트러스로 확 넘어가려는 걸 지그시 눌러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약간 달착지근 하기도 하다.
아쿠아 계열의 비릿한 물이끼 향은 없지만 이름 탓인지 몰라도 묘하게 물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향이다. 미들 노트를 확인하기 전에는 '부레옥잠' 같은 수생식물 이미지가 막연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 향의 이미지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말그대로 '정원', 수풀이 울창한 생명력 넘치는 정원인데, 이게 또 강가에 있어서, 산과 가까이 있는 정원의 이미지와는 분명 확실히 대비되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수분기를 머금고 있지만 답답하지는 않은.
특히 이 향수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하는게 두개의 '향수'라는 동음이의어가 서로 확실한 연관성을 갖게 되는 상황에서 느끼는 쾌감같은 것 때문인데, 꽤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상체를 자랑하며 웃통을 까고 나일강 주변에서 노역하는 옛 이집트 젊은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내가 언제 거길 가봤겠냐마는. 향이 그만큼 재미있다는 뜻이다. 딥티크의 탐다오를 맡을 때마다 인도 코끼리가 떠오르는 것처럼.
아무래도 그린 계열이다보니 호불호는 별로 갈리지 않는 편이다. 무난하게 두루두루 좋아할만한 향이라 데일리로 쓰기에도 적당하다. 보다시피 계절감은 여름에 가깝다. 봄 가을에도 크게 부딪치는 향은 아니지만 겨울은 절대 비추다. 겨울에 이걸 뿌리고 스쳐지나간 이름모를 여자분에게서 어처구니 없다는 인상을 받은 후로 개인적으로 절대 겨울에 쓰지 않는다. 정말 겨울에 쓰기엔 너무 쌩뚱맞다. 좀 오바하자면, 날씨를 개무시하네,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