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20140611 시망똥망, 알 수 없음, 거짓말

Robin! 2014. 6. 12. 00:12

 

 

 

 

시망똥망

 

난 지금 몹시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감정에 빠져있다.

꼭 이번에야말로 인생이 끝난 것 같다.

 

...내일부터 8시 출근인걸 가지고 뭘 이렇게 오바육바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진심이다. 진심이다.

 

이런건 해본 적 없단 말이야아아아아ㅏ아아아아ㅏ아앙

 

 

 

 

알 수 없음

 

보여도 안보이는 것 같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애매모호한 시간들이 끝없이 이어질거라 생각해서 가끔 숨쉬기 힘든 것 같은 답답함과 어지럼증을 느끼기는 했다. 그 시간이 끝이 날 것 같지가 않아서 끔찍한 한편으로, 끝나게 된다면 그건 더 끔찍한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맞다고 생각하는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홀린듯이 걸어갔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항상 그런 것들은 신기루같았다. 실은 길이 끝나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끝내지 않았던 것 뿐이었고, 꼭 죽을 것 같지만 의외로 끝나고 나면 마음이 편해졌다.(그 편안함은 좋고 나쁨과 무관했다) 그제서야 갑작스러운 어둠에 놀란 눈이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지듯, 또는 그게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빛에 차차 익숙해지듯 이전보다는 뭐가 보여도 조금쯤은 진짜로 내게 제시된 방향이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그 익숙해짐의 대상이 빛일지 어두움일지는 여전히 알 길이 없었지만 말이다.

 

사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남들보다 잘 지치지 않는 편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언제나 산만하고 게으르며 지구력이 없는 건 순전히 다른 대안들이 많기 때문에, 당최 절박함이라든지, 거기서 비롯되는 날카롭고 맑은 정신같은 걸 잘 가지고 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대로 작동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오류 투성이의 머리속 계산기로 열심히 두드린 후에 '저 길만이 정답이다. 그러니 원하는 거고 또 원해야 한다'라는 판단이 일단 들어버리고 나면 남아돌아 넘치는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는지, 지칠만 한데도 그만둘 줄을 모른다. 어떻게 생겨먹은거야 대체.

 

오늘날에 와서야 처음으로 아플정도의 피로감이 열망이나 욕심을 넘어섰다.

많이들 쉽게 그러했듯이 그저 생각하기가 싫으니 눈 돌리고, 심하면 도망가기도 하고, 나중따위 생각할 여유도 없으니 흘러가는 시간을 막무가내로 믿으며 내 짐을 띄워 흘려보내고 싶고. 그렇네.

 

원래는 그러지 않는 게 내 장점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이게 진짜 장점인지, 과연 누굴위한 장점인지 헷갈리게 되었기도 하고.(지금은 이 부분에 있어 상당히 꼬여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내 성격으로 인해 조금쯤은 심적인 득을 본 타인에게나 유리한 장점일 뿐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나 자신을 위한 장점이었다면 아무도 그런걸 칭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지나치게 피곤하다.

아무 생각을 하기가 싫은 와중에도 마음 어딘가에서는 '정말 피로감을 핑계로 이래도 되나.'하고 계속 물으며 몰아붙이는데, 그 묻는 소리가 전보다 많이 작아져서 희미하게 들린다 이제.

 

 

 

 

거짓말

 

싫어하는 사람 타입을 물을때 망설임 없이 '거짓말 하는 사람!'하고 대답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울 때가 가끔 있다.

언젠가 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솔직한지 자문해 보았더니 의외로 솔직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비교적 솔직하기는 한게, 내 거짓말이라고 해봤자 대체로 사소하고 자잘한 것들 위주라 누굴 뒤통수 치거나 하는 수준은 못되는 편이라는건 변명. (모든 사소한 거짓말에 대해서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항상 문제가 되었던 경우도 있었다.)

 

어잿든 그런 문제를 생각하다보니 누군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을 해도 되려 그런 부분에 있어 이해를 하게 되고, 별로 기분이 나쁘지도 않게 되었다.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프라이버시가 있으려니. 기왕이면 덜 나쁘게 비춰지기 위한 노력이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그건 그런대로 잘된 일인 것 같다.

 

나중에 가서야 사실을 알게 됐을때 크게 기분이 상할만 한 일이거나, 기분이 좋고 나쁨을 떠나 중요한 일에 대한 것만 아니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