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상관관계, 인간관계, 다소 불합리한 평화
Robin!
2015. 6. 21. 08:41
상관관계
연애를 하면 99가지가 충족되나 한가지를 잃는다.
그런데 그게 좀 치명적이다. 바보가 되는 건지, 뭐든 글을 쓰기가 부쩍 힘들어져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넘쳐나던 컨텐츠는 어딘가로 다 사라지고 재미없는 인간이 되고 만다.
인간관계
작년 초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직후, 스스로의 주옥같은 인간성에 대해서 볼장 다 본 것 같다. 연인과의 싸움은 '내가 인간 관계에서 어디까지 한심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극단적인 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절망감이 컸다. 이만큼 살아도 여전히 손끝에 쉽게 닿지 않는 불가해한 문제다. 사는 날이 길어지는 데에 비례해서 앞으로 발견하게 될 나 자신의 밑바닥의 깊이 역시 깊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현기증 난다.
평생 그렇겠지.
다소 불합리한 평화
분노할 것들이 사라진 직후에는 중성화 수술 당한 고양이마냥 흐느적대고 있었다.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이제는 취업 활동도 하고. 표면적으로는 한가할 이유가 없지만, 이런게 바로 내가 찾던 건가, 하는 허무와 권태에 시달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삼십년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 치고는 터무니없는 대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