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나이
Robin!
2015. 6. 24. 23:40
나이
요즘 내 주변의 사람들만 봐도 이전의 세대보다 훨씬 동안이기는 하나, 어쨋든 확실한 건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기는 지나있다. 스스로가 외부에 보일 수 있는 관심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고, 너그러운 관용에 익숙한 그런 시기는.
이십대가 지나기 전에 가끔 상상해 봤다. 내게 관심을 가지고 너그럽게 대해 줄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 그 이전까지 당연한 듯 생각해온 젊음의 특권들이 더 이상 내 몫이 아니게 되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참을 수 있을까, 하고.
작년 중반부터 올해 초까지 지냈던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내 기능적인 부분-업무 능력-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냥 그곳이 으레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 다섯의 통통하게 살집 오른 여자 알바생이 들어오자 확실해졌다. 그리 애교있는 아이가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은 그 애의 모든 실수를 웃으면서 넘겨 주고, 주말인데 데이트 안 하냐느니, 끝나고 뭐 하냐느니, 장난을 걸고 관심을 보였다.
이제 난 비껴났구나, 하는 씁쓸함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이건 예상 외로 아무렇지 않았다. 이십대의 나는 이런 상황에 부딪치면 꽤나 속앓이를 할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막상 상황이 되자 덤덤한 스스로의 태도에 허무함마저 느꼈다.
아마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젊은 사람들을 비춰주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찍이 비켜나게 되고, 언젠가는 내가 들으면서 내심 당연한듯 도도하게 굴었던 부러움 섞인 푸념과 칭찬을 띠동갑이 넘는 여자 애들한테 하게 되겠지.
나는 걱정이 많은 인간이라, 이런 상황이 되어도 내게 여전히 매력적인 부분이 있게 되길 바라고 그런 것들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곤 했다. 그런 상황이 와도 내게는 내 몫의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질투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니까. 한창 때의 여자가 오로지 가진 게, 젊음과 미모뿐이라면 십년 안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돈 많은 남자에게 취집을 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타인을 등에 업지 않고 자기 자신을 정의해 줄 강력한 무언가를 잃고 만다.
내가 어떤 인간이 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